‘랑방’이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루노 시아렐리(Bruno Sialelli) 사임 후 급격히 방향을 틀어 ‘랑방랩(Lanvin Lab)’이라는 타이틀의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메종은 기존의 메인 컬렉션 시그니처를 유지하면서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 ‘랑방랩’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수직적 조직을 구성해 변화를 줄 계획이다.

시다르타 수클라(Siddhartha Shukla) 데퓨티 제네랄 매니저는 “‘랑방’은 지난 4년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던 브루노 시아렐리와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에 동의했다”라며 “우리는 메종에 쏟았던 그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하며 그의 크리에이티브 여정이 계속되기를 최선을 다해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시아렐리는 이에 “‘랑방’에서 지난 4년간 이룬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대단한 여정을 함께 했던 ‘랑방’과 유니크한 탤런트와 헌신으로 나를 보좌해 준 우리 팀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공개 상장 진행

중국 투자 그룹이 보유한 랑방그룹은 ‘세인트존니트(St John Knits)’와 ‘울포드(Wolford)’, 이탈리아 슈즈 ‘세르지오로씨’, 이탈리아 고급 테일러 ‘카루소’ 등 럭셔리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룹의 메인 플래그십 브랜드는 단연 ‘랑방’이라 할 수 있다.

그룹은 작년 12월 뉴욕에서 공개 상장을 진행했다. 상장은 랑방그룹의 가치를 13억달러(약 1조7248억원)로 평가해 개장 당일 변동성이 매우 큰 시장 상황에서 그룹 주가가 25% 급락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10년간 브랜드를 이끌며 파리의 강력한 크리에이티브 포스로 메종을 부활시켰던 알버 엘바즈의 사망 이후 몇 년간 혼란을 겪던 ‘랑방’은 지난 2019년 1월 시아렐리를 영입했다. 럭셔리 스페인 메종 ‘로에베’에서 근무하던 시아렐리는 ‘랑방’을 이끌던 부시라 자라(Bouchra Jarrar)의 뒤를 이어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 왔다.

‘랑방’ 데뷔 초 그의 컬렉션들은 역사적인 로마식 클뤼니 공중목욕탕(Thermes de Cluny)이나 파리 19구역의 수영장 등 아티스틱 한 무대를 배경으로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특이한 스타일과 종종 유아적인 카툰 캐릭터를 사용하면서 다수의 리테일러와 머천다이저들의 외면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재임 기간 CEO가 장필립 에케(Jean-Philippe Hecquet)를 시작으로 아르노 바장(Arnaud Bazin)과 마지막으로 ‘띠어리(Theory)’에서 치프 브랜드 오프서(chief brand officer)로 일하다 ‘랑방’에 조인한 홍보 쪽 경험이 많은 임원 수클라와 함께 보낸 18개월까지 상사가 세 번이나 바뀌기도 했다.

‘랑방랩’ 통해 라이징 스타들과 협업 도모

메종 측은 ‘랑방’ 글로벌 비즈니스의 반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는 가죽 제품과 액세서리 디비전의 전망에 대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팀과 산업 현장의 지원하에 메종의 시그니처 제품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랑방랩’은 검증되고 떠오르는 인터내셔널 탤런트들과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실험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첫 협업 대상자는 곧 공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종은 런웨이 브랜드로서 공식 파리패션위크 캘린더에 자리를 유지하는 전통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수클라는 “‘랑방’은 새로운 챕터로 침착하게 나아갈 것이다.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130년 전에 장 랑방(Jeanne Lanvin) 여사가 이루어 놓은 가치를 포용하고 특별하며 영감적인 변화의 시대를 맞아 ‘랑방’을 패션과 문화의 전위에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비즈니스 모델은 유니크하게 모던한 크리에이티브 매트릭스로 ‘랑방’의 풍부한 유산과 세련됨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설적인 쿠튀리에 잔느 랑방이 1889년 설립한 ‘랑방’은 프랑스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쿠튀르 메종으로 로맨틱하고 우아한 라인으로 대표된다. ‘랑방’ 로고가 엄마와 아이의 프로필로 구성될 정도로 딸을 사랑했던 잔느 랑방은 메이저 패션 브랜드로서는 처음으로 아동복 컬렉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잔느 랑방은 또 패션의 영역을 넘어 아르데코 디자이너 하토(Armand-Albert Rateau)와 함께 1920년 ‘랑방데코레이션’을 론칭해 인테리어 디자인과 장식미술의 영역에 도전하기도 했다. [정리 패션비즈=홍영석 기자]  



<사진_ ‘랑방’ 202324 가을/겨울 여성복 컬렉션(위)과 브루노 시아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