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이 왔다! 온라인 투자 러시

    w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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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1.04조회수 9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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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명화학, 시몬느PE, 슈퍼홀릭 등 속속






    패션시장의 흐름은 온라인으로 통하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감성이 현재 스포츠와 제도권 기업 어디에나 녹아져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고, 로고플레이나 여성 셋업슈트 등 시장을 뒤흔든 다양한 트렌드가 온라인 디자이너 브랜드로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스타 디자이너들이 온라인에서 매일 새롭게 쏟아지고 있다.

    이제 백화점도 모셔오기 힘든 디자이너 브랜드의 활약에 자본기업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중 대표적 큰손으로 불리고 있는 베일 속 투자자는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이다. 권 회장은 투자자 출신으로 모다, 코웰패션 등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명화학의 대표로서 작년부터 패기로 똘똘 뭉친 온라인 패션 마켓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무신사’가 유통이라는 거대한 플랫폼 조직으로 부상했다면 그 축을 이루고 있는 온라인 브랜드에 힘을 실어 더 다양한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데 조력하고자 함이다.

    투자를 받은 브랜드는 재무적인 부분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고, 관리는 수월해진다는 이득이 있다. 투자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브랜드들을 보유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SM, JYP 같은 대형 패션 매니지먼트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대명화학, 빅 캐주얼 브랜드 투자유치 성공

    현재 권 회장은 피스워커, 86로드, 메종미네드, 어드바이저리 등을 전개하고 있는 박부택 피더블유디 대표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와 접촉하고 있다. 현재까지 LMC, 라이풀을 전개하고 있는 레이어와 키르시, 비바스튜디오, 오아이스튜디오, 최근 유니폼 브리지까지 캐주얼 베이스 브랜드가 투자 대상이 됐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여성 브랜드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문 M&A 투자 컨설팅 업체들도 패션 브랜드에 눈독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시몬느자산운용PE는 최근 이랜드월드 주얼리사업 FI로 참여했으며 원더플레이스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소규모 온라인 브랜드에도 투자 및 인수를 병행하며 패션사업 확장에 한창이다.

    사모펀드 IMMPE 또한 편집숍 W컨셉을 2017년 800억원에 인수했으며, 앞으로 3년 안에 다시 엑시트하는 계획으로 외형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IMMPE는 W컨셉의 외형 확장을 위해 사내 경영지원본부를 신설하며 새로운 팀세팅을 마치는 등 원년 멤버들과의 조화를 이뤄 나가게 했다. 새롭게 부임한 김의경 대표 또한 해외사업 확장 최우선이라는 과제를 맡았다.

    M&A 전문 투자 업체들, 온라인 패션 눈독

    투자전문기업 슈퍼홀릭도 스타일리스트 김지혜가 디렉팅하고 있는 인스턴트펑크를 1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프랙시스캐피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플랙의 지분 100%(약 300억원의 가치)를 2018년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영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모 온라인 인기 브랜드 대표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최근 온라인 브랜드에서도 빗장을 풀고 투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단일 브랜드로 최대 200억원까지 맞추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고, 온라인 여성복의 80% 정도가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매출이다. 브랜드 하나만 보고 달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투자에 대한 기회를 얻고자 하는 브랜드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오리진을 모르는 무조건적인 투자는 악순환을 불러올 때도 있다. 모 브랜드는 작년 현금을 받고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으나 무조건적인 매출 볼륨 늘리기에 압박받고 있다. 투자 당시만큼 매출이 잘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양쪽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패션에 대한 상황을 잘 알고, 브랜드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것이 현명한 투자의 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통상 순이익에 3배로 투자액 평가, 가치보다 ‘실리’

    모 기업은 온라인 핫 브랜드를 높은 가치로 평가해 인수했으나 최근 매출이 저하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업계에서 브랜드를 인수할 때 중요하게 여겨야 할 브랜드 히스토리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는 단순한 가치만으로도 평가될 수 없고, 외형이 무조건적으로 커지고 있고 신장률이 높다고 해서 좋은 투자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통상 업계에서는 순이익에 3배를 쳐주는 것으로 인수나 투자건이 이뤄진다. 하지만 막상 온라인 브랜드 재무제표를 펼쳐보면 외부에서 봤던 것과 달리 엉망인 경우가 허다하다. 브랜드에서는 자신들의 기대만큼의 높은 가치에 평가받길 원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리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잦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패션 브랜드의 가치와 지금의 성장세는 무조건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큰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패션투자는 감성이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잘된다는 브랜드보다는 능력과 브랜드에 대한 사업성을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사람(대표)’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 제도권 기업들, 브랜드 인수 뛰어들까

    업계에서는 온라인 브랜드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대폭 확대한 계기로, 2018년 로레알이 스타일난다의 지분 100%를 인수한 일을 꼽는다. 현재까지는 투자 전문, 재무적인 확보가 용이한 전문기업들이 움직였지만 내년부터는 국내 시장의 대형 패션 기업들도 슬슬 시동을 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새로운 고객 확보에 한계를 겪고 있는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제도권 대기업들 또한 온라인 브랜드 투자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한 빈폴, 신세계는 SI빌리지의 개편, 한섬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할 온라인 플랫폼 구축으로 전환점을 노리고 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1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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