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R」프리미엄 스포츠로 턴!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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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1.04조회수 27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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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브랜딩 작업을 위해 120개에 이르던 대리점을 모두 정리했다. 앞으로 백화점과 직영점 위주로 매장을 늘릴 생각이다. 직영점 운영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고, 운영 정책을 일원화하기 위함이다. 올해 브랜드 매출 목표도 600억원으로, 조금 보수적으로 잡았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목표는 글로벌 No.1 스포츠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한창훈 리앤한(지난 9월부터 사용된 이엑스알코리아와 리앤한의 통합 사명) 대표의 말이다. 과감히 비운 만큼 감동적으로 채웠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지금의 「EXR」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브랜드가 있을까? 15년을 가져온 정체성인 ‘레이싱, 모터스포츠’라는 브랜드 헤리티지는 유지하고 나머지는 모두 변했다. 체커 플래그에서 이미지를 따 화려하게 선보이던 로고 플레이도 하지 않는다. 「EXR」 로고는 최대한 감추되 「EXR」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상품에 표현해 냈다. 이로써 좀 더 자유롭고 고급스럽게 스포츠에서 확산한 프리미엄 캐주얼까지 라이프스타일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한 대표는 “지금은 「EXR」이 헤리지티, 오리지널로 돌아갈 좋은 기회다. 최근 패션업계는 미니멀을 추구하던 감성에서 스포츠와 스트리트 감성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통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도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협업을 선보인다. 양쪽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EXR」이 나설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120개점 정리, 직영 중심으로 이미지 구축 주력
    「EXR」은 최근 몇 년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가장 잘나가던 2011년 매출 대비(1600억원) 지난해에는 거의 반토막 수준인 8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한 대표로 교체된 이후 여러 가지 설(?)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우직하게 브랜드 이미지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브랜드의 재기를 위해 레나토 몬타네르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해 리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상품, 유통은 물론 고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에까지 모두 변화를 줬다. 무릎을 꿇은 것은 도약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올 초 「EXR」의 리브랜딩 작업이 일부 공개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이 변신의 성공 여부를 상당히 궁금해했다. 유통 관계자 중 일부는 ‘스포츠’ 정체성이 사라졌다고 하고, 또 어떤 유통에서는 새로운 MD를 구성하기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상반된 평을 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으로 「EXR」은 현재 리브랜딩의 성과와 각오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15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장에 가 보면 그 생각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바뀔 것이다. 앞으로 「EXR」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지난 10월 중순, 「EXR」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럭셔리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로 거듭난 이후 브랜드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첫 플래그십 스토어(FSS)를 오픈했다. ‘더엑스하우스(The X House)’라는 이름의 이 매장은 ‘시작하라! 인생의 모험(Ride your Life)!’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EXR」의 새로운 시작을 완벽하게 보여 줬다. 더엑스하우스는 단순한 스포츠웨어가 아니라 예술적 감성이 녹아 있는 뉴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EXR」의 가치를 집약한 공간이다. 건물 내외로 차별화된 복합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아트 아틀리에의 성격을 띠고 있다.



    가로수길 FSS ‘THE X HOUSE’로 변신 성과 증명
    이연경 리앤한 마케팅본부 상무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국내 스포츠 브랜드로서 기존 시장에서 볼 수 없던 차별화된 공간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공간의 혁신만큼 상품은 물론 앞으로 진행할 마케팅까지 더욱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 줄 것”이라며 브랜드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R」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들어가기 전 외관부터 감상(?)해야 한다. 현대적인 스파이 미러와 잉크가 흘러내리는 기법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크링크(Krink)의 작품이 외벽에 있기 때문.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층으로 구성된 매장 중 3층은 아예 전시를 위한 갤러리로 꾸몄다. ‘더엑스랩(The X LAB)’은 「EXR」의 예술적 감성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가치를 감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월 단위로 국내외 아티스트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3층은 이 프로젝트를 위한 전용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매달 아티스트와 아트 콜래보 프로젝트 진행
    첫 번째 파트너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아티스트 크링크와 사진작가 쥬엑(Zuek, Alessandro Zuek Simonetti)이다. 크링크는 자연 화산석으로 마감된 ‘더엑스하우스’의 건물 외벽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완성했고, 사진작가 쥬엑은 크링크가 하는 작업의 모든 순간을 사진과 영상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3층에는 그의 사진과 영상 작품이 전시돼 있다.
    크링크는 “「EXR」의 첫인상은 ‘야심 차다’는 것이었다. 작품 구상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고 리뉴얼된 컬렉션들을 봤을 때, 이 브랜드는 하나의 주장을 하기 위해 전형을 따르는 대신 다양한 노력을 하는 혁신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브랜드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외벽 작품을 통해 이러한 「EXR」의 철학과 정체성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EXR」의 리노베이션 작업 중 한글을 접한 이 둘은 그 매력에 흠뻑 빠지기도 했는데, 자신들의 아트 포토가 들어간 저지 맨투맨과 네오프렌 맨투맨 리미티드 에디션에 한글로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정판 티셔츠 양팔에는 세로로 길게 이들의 이름이 한글로 쓰여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 1층부터 2층까지는 「EXR」의 새로운 3개 라인 상품이 나뉘어 진열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스포츠웨어인 ‘액티브 라인’, 1층에는 ‘프리미엄 라인’, 2층에는 ‘헤리티지 라인’이 각각 자리하고 있다. 상품 이미지에 맞춰 층별로 음악 설정도 달리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1층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기 위한 미니멀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현재 43개점 운영, 올해 매출 600억 목표
    상품은 물론 매장 곳곳에 「EXR」의 아트 디렉터인 디자이너 겸 건축가 레나토 몬타네르의 예술적 감성이 디테일하게 입혀져 있다. 그의 예술적 감성으로 스포츠 브랜드인 「EXR」은 ‘라이트 럭셔리’라는 고급스러움을 얻을 수 있었다.
    「EXR」은 2001년 론칭된 15년 차 토종 스포츠웨어 브랜드다. 지난 2014년 이탈리아 출신 레나토 몬타네르를 아트 디렉터로 영입해 2015년 F/W시즌부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서도 브랜드 리론칭 행사를 열었으며, 현재 중국 전역에 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번 ‘더엑스하우스’ 오픈을 계기로 라이트 럭셔리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안에 전국 40여개 매장 리뉴얼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현재 백화점 29개점, 프리미엄아울렛 11개점, 직영점 3개점으로 총 4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곧 대구 동성로, 부산 광복동, 광주 충장로 등 주요 상권에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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