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 캐주얼 「브랜디멜빌」 폭풍성장

    정해순 객원기자
    |
    17.07.10조회수 1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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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로고 + 원 사이즈 + 인스타그램



    틴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틴에이저들이 열광한 「아베크롬비앤피치(이하 A&F)」 「아메리칸어패럴(AA)」 「아메리칸이글아웃피터스(AEO)」 「홀리스터(Hollister Co)」 같은 브랜드들의 위상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 됐다. 「A&F」는 15분기 연속 매출 하락을 기록하면서 20년을 일하던 CEO(마이크 제프리스)가 자리에서 떠났고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해 매장을 대거 철수하는 것은 물론 본사 인원까지 감축하고 있다.

    타깃을 20~29세로 조정하는 리브랜딩을 통해 「A&F」는 틴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다. 한때 야한 광고 사진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쿨한 틴 브랜드로 떠오른 「AA」도 여러 번의 부도 끝에 결국 지식재산권만 매각한 채 110개 매장은 곧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바람처럼 왔다가 역시 바람처럼 사라진 「홀리스터」의 붐을 재현하고자 모기업인 아베크롬비사는 지난해 412개 매장 중 64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란제리 라인 「길리힉스(Gilly Hicks)」를 편입해 틴에이지 여성 고객 유치에 나섰다.

    「A&F」 「AA」 「AEO」 「홀리스터」 등 틴 주역 ↓
    다른 틴 브랜드들에 비해서 그나마 상황이 나은 「AEO」이지만 그 생존 비결은 다른 브랜드의 상품 카테고리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한 서브 브랜드를 통한 것으로, 그리 창의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틴 패션 브랜드들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그 어렵다는, 그리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틴 마켓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현재 틴에이저가 가장 쿨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인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은 틴 시장에서 인기와 성공을 얻고 있는 동시에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이 돋보이는 독보적인 존재다.

    온라인 미디어인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UK)가 ‘리테일에 혁명을 가져온 33개 브랜드(2016)’ 중 하나로 「브랜디멜빌」을 꼽을 만큼 이 브랜드의 상품과 마케팅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기존의 성공적인 브랜드들의 룰을 따르지 않으며, 바로 이것이 성공 비결로 보인다.

    리테일 혁명 가져온 38개 브랜드 중 하나 선정
    「A&F」는 무스, 「AEO」는 독수리, 「홀리스터」는 갈매기, 영국의 「잭윌스(Jack Wills)」는 꿩 같은 동물을 심벌로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심벌과 브랜드 로고는 프레피 스타일의 티셔츠와 폴로셔츠, 후드 티셔츠, 조깅 바지 같은 상품을 파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이렇게 ‘표시 나는’ 브랜드의 상징에 틴에이저들은 예전만큼 매력을 못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디멜빌」은 전형적인 브랜드 로고나 심벌이 없다. 대신 ‘make my day’ ‘killin’ it’ ‘50% bad 50% super bad’ ‘uh huh honey’ ‘don’t go too far stay who you are’ 같은 슬로건을 프린트하거나 아주 은은하고 작게 포켓에 자수한다. 한눈에 알아볼 수는 없지만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브랜디멜빌」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브랜디멜빌」은 로고나 심벌을 박지는 않지만 특유의 스타일이 있다. 편안한 스타일과 부드러운 촉감, 세련돼 보이는 「브랜디멜빌」의 스타일은 틴에이저 고객들이 눈앞에 들이대는 로고티에 관심을 잃고 좀 더 점잖고 정제된 스타일로 옮겨 가는 추세를 보여 준다.



    로고와 심벌 없이 틴에이저 마음 사로잡다
    이탈리아 브랜드임에도 「브랜디멜빌」의 디자인 미학은 캘리포니아 서부의 해변과 코첼라(Coachella,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음악과 아트 축제)를 연상케 하는 LA 룩이다. 남캘리포니아의 서퍼 이미지(미국 분위기)에 스트리트 스타일(유럽 분위기)도 섞여 있다. 작고 타이트한 크롭 톱, 하이웨이스트의 반바지와 스커트, 비스코스 저지를 사용해 헐렁하고 축 처지는 니트웨어 등 「브랜디멜빌」은 릴랙스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우븐보다는 니트웨어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저지 티셔츠, 조깅 바지, 스웨터 등이 코어 아이템이다. 매장 구성의 반 이상은 티셔츠이며 전체 매장의 70% 이상은 저지와 니트웨어 아이템일 정도다. 프레피한 분위기의 「A&F」와 「AEO」보다 루스한 실루엣과 저렴한 가격대, 좀 더 베이직물 중심에 뉴트럴 컬러 위주이며 수수하고 내추럴한 것이 「브랜디멜빌」의 특징이다.

    「브랜디멜빌」을 입으면 13~14세의 어린 틴에이지 걸들도 세련돼 보인다. 여기에는 스타일의 특징도 있지만 컬러 분위기에서 오는 효과가 크다. 「브랜디멜빌」에서 가장 많은 컬러는 블랙 앤 화이트와 그레이, 네이비, 인디고, 카키 등의 뉴트럴 컬러다.



    캘리포니아 비치 + 코첼라 페스티벌 스타일
    다양한 아이템이 있지만 나름대로 조용한 컬러들이어서 스타일링이 쉽고 믹스매치에 따라 내가 원하는 룩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아이템이어도 매일매일 다른 룩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면에서 폴로셔츠에 진이나 티셔츠에 미니스커트 외에는 별다른 스타일링을 연출하기 어려운 기존의 틴 브랜드들과는 대조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브랜디멜빌」이 기존의 틴 브랜드들과는 달리 패스트패션의 영향을 받아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고나 심벌에서 빠져나와 상품의 패션성과 퀄리티 등 상품 자체에 주목한 것이다. 즉 아이템을 레고 블록처럼 사용해 인디비주얼 룩을 만드는 것은 현재 틴 에이저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타 브랜드와 「브랜디멜빌」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사이즈다. 일부 하의를 제외하고 「브랜디멜빌」은 단지 하나의 사이즈만을 판매한다. 티셔츠, 드레스, 스웨터, 조깅 바지 등 대부분의 아이템은 원 사이즈(one size)의 태그를 달고 있다. 런던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100% 원 사이즈다.

    ‘뉴트럴 컬러 팔레트’ 쇼퍼가 만드는 나의 룩
    이러한 원 사이즈 제도는 「브랜디멜빌」이 독특한 브랜드로 통하는 이유이고 고객들이 좋아하는 매력 중 하나다. 「브랜디멜빌」은 이러한 사이즈 전략을 두고 one size fits all(모두가 입을 수 있는 사이즈)이 아니라 one size fits most(대부분의 사람에게 맞는 사이즈)를 표방한다.

    과연 원 사이즈의 장점은 무엇일까? 「브랜디멜빌」의 고객들에게 원 사이즈의 의미는 쇼핑이 빠르고 쉽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찾으면 그뿐이다. 맞는 사이즈를 찾기 위해서 레일을 헤칠 필요도 없고 곱게 접혀 디스플레이된 티셔츠 더미를 무너뜨리지 않아도 된다. 사이즈를 찾는 번거로움이 없는 만큼 쇼핑 프로세스가 단축되는 편리함이 있다.

    쇼핑 경험뿐 아니라 운영 차원에서도 원 사이즈 제도는 효율적이다. 디자인별로 5~7개 사이즈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처럼 여러 사이즈의 상품을 생산하고 관리하고 심지어 재고까지 감안해야 한다. 이에 비해서 원 사이즈를 운영하는 것은 생산부터 물류관리까지 모든 면에서 비용이 절감된다.



    원 사이즈만 구성! 쇼핑과 생산 프로세스 단축
    특히 요사이처럼 패션 산업이 패스터패션(faster fashion, 패스트패션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에서)으로 움직일 때 원 사이즈 브랜드는 기획과 생산 과정에서 스피드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사이즈가 하나일 때는 스타일과 핏이 정해지면 사이즈별로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로 상품화할 수 있다. 특히 페스티벌이나 스트리트 스타일의 아이디어를 빠르게 상품화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매출의 극대화를 도모하게 된다.

    「브랜디멜빌」은 저지와 니트웨어를 많이 사용하고 이러한 소재의 특성상 신축성이 좋을 뿐 아니라 디자인 역시 헐렁한 스타일이 많으므로 사이즈는 하나이지만 입을 수 있는 고객 체형의 폭이 넓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소 3가지(S, M, L) 이상, 5~7가지 사이즈(「자라」 6개, 「톱숍」 7개)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들에 비해 이 부분에서는 「브랜디멜빌」의 고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이렇게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것이 「브랜디멜빌」을 오히려 쿨하게 한다. 원 사이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슬림한 체형(small에 맞는 사이즈)이라는 의미로 일종의 익스클루시브 그룹에 포함된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제한된 사이징(작은 사이즈의 옷)을 통해 「브랜디멜빌」을 입을 수 있는 고객들에게 특권층 같은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모두를 위한 옷이 아니라는 것’에 고객들은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아무나 입을 수 없어 배타적이다? 혹평도 받아
    가격이 높지 않아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만 동시에 (작은)사이즈로 인해 접근이 제한된다. 이렇게 적당히 가능하고 적당히 어려운 것이 「브랜디멜빌」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브랜디멜빌」은 틴에이저 고객들에게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하이패션’인 셈이다.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팔고자 하는 일반적인 아이디어와 달리 너무 대중적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는 전략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원 사이즈는 「브랜디멜빌」을 독특하게 브랜딩하지만 동시에 젊은 여성의 신체 이미지나 자존감과 관련해서 다수를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원 사이즈이기 때문에 쇼핑이 쉬운 것도(「브랜디멜빌」을 입을 수 있는) 어떤 일부에게만 쉽다는 지적이다. 결국 「브랜디멜빌」을 ‘one size fits few(일부에게만 맞는 원 사이즈)’의 배타적인 브랜드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브랜디멜빌」의 미국 CEO 제시 롱고(Jessy Longo)는 이러한 사이즈 전략에 대해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브랜디멜빌」의 원 사이즈는 미국 사이즈로 0이나 2 정도로 슬림한 체형만 입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스커트의 허리는 25인치(「어번아웃피터스」에서는 사이즈 0이라고 함)이며 조깅 바지 같은 하의는 보통 25~27인치 사이즈가 입을 수 있는 범위다.

    양날의 검 ‘원 사이즈’ 인기 비결 VS 비난 계기
    「브랜디멜빌」의 모델 대부분이 키 174cm에 허리둘레가 25인치 이하인 데 비해 미국의 16세 평균은 162cm에 31인치(CDC 2012 자료)이므로 원 사이즈 정책은 대다수 고객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렇게 제한된 사이즈 전략은 브랜드의 효율적인 운영 도구인 동시에 로고나 심벌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영 제너레이션을 매혹시키는 마케팅 전략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틴 브랜드들은 시장에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쿨한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공식을 따랐다. 이를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은 광고였다. 하지만 「브랜디멜빌」은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틴에이지 걸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브랜드로 부상했다. 「브랜디멜빌」이 이처럼 타깃 고객에게 어필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인스타그램 전략이다. 광고 없이 SNS에 의존하는 「브랜디멜빌」은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트위터, 스냅챗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에 집중한다. 현재 38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타깃 고객에게 정확하게 마케팅한다.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브랜드의 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도록 해 궁극적으로 고객들이 상품을 소비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틴 브랜드 마케팅의 혁명, 인스타그램에 총력
    「브랜디멜빌」의 인스타그램에는 다양한 틴에이지 걸들의 패션 사진이 포스팅된다. 이를 두고 타깃 고객들은 ‘심미적이고 쿨한 사진’이라고 평가하고, 그래서 이러한 이미지를 동경한다. 약간은 바랜 듯한 이미지로 일상생활에서 있는 그대로 촬영한 느낌의 스냅숏 같은 사진은 요즘 틴에이저들이 지향하는 이미지다.

    특히 여타 브랜드와 다른 것은 연출된 스타일이 아닌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다. 물론 「브랜디멜빌」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직업모델도 있고 매장 직원, 틴 포커스 그룹의 멤버도 있다. 고객이 찍은 사진 같은 이미지이지만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의 모든 사진은 「브랜디멜빌」 측에서 세심하게 선정해서 올리는 것이다. 돈을 들여 광고하는 대신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고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브랜디 걸)들은 전형적인 모델과 다르다. 물론 대부분이 젊고(어리고) 가는 체형에 긴 머리의 백인이지만 직업모델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세련되고 아름다운 평범한 틴에이저 같은 특징을 보인다.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브랜디 걸들이 유명해지도록 돕는 것이 「브랜디멜빌」의 특징이기도 하다.



    평범하지만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브랜디 걸’
    보통 브랜디 걸을 찾는 과정은 매장에서 시작된다. 매장 직원들은 매장에 와 쇼핑하는 고객 중에서 「브랜디멜빌」 분위기의 인물을 골라 그들의 사진을 찍고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 사진을 보내 준다. 동시에 브랜디 걸 후보의 인스타그램 어카운트를 체크하면서 고용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한다.

    고용하기로 하면 「브랜디멜빌」의 옷을 보내 주고 마음대로 스타일링해서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주문한다. 그중에서 고른 이미지를 「브랜디멜빌」의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면서 동시에 사진 속 브랜디 걸의 개인 인스타그램 어카운트를 태깅함으로써 개인 인스타그램 어카운트를 프로모션하게 된다. 결국 380만명이 팔로우하는 「브랜디멜빌」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브랜디 걸은 유명해지는 것이다.

    「브랜디멜빌」은 인스타그램에 등장하는 브랜디 걸 중 약 20명(틴에이저)을 포커스 그룹으로 고용한다. 이들은 보수를 받고 「브랜디멜빌」을 위한 상품 리서치부터 트렌드 분석은 물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 촬영까지 담당하게 된다. 가장 주요한 업무는 새로운 스타일을 리서치하고 고르는 일이다. 베스트셀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스타일을 결정한다.

    틴에이저 포커스 그룹 운영, 뉴 제너레이션 연계
    예를 들어 잘 팔리는 티셔츠가 있다고 하면 포커스 그룹의 걸들은 이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더 만들어야 할지, 그렇다면 어떤 컬러가 좋을지, 긴팔로 만들지 아니면 반팔로 할지, 길이를 짧게(cropped) 할지, 같은 소재가 나을지 아니면 다른 어떤 소재로 만드는 것이 좋을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결론을 낸다.

    이러한 아이디어 수집과 의사결정 과정은 지극히 밀레니얼적인 방식이다. 「브랜디멜빌」의 고객은 밀레니얼과 Z세대(2000년 이후 출생)가 대부분이며, 「브랜디멜빌」의 포커스 그룹처럼 ‘참여’하는 것은 이러한 뉴 제너레이션의 정신이며 욕구로 알려진다.

    인스타그램 운영이나 상품 기획 같은 브랜드의 큰 부분부터 상품의 컬러와 재단 같은 디테일까지 이처럼 고객과 브랜드가 화합하는(cohesive) 방식의 브랜딩은 기존 틴 브랜드들의 운영과는 매우 다르다. 특히 한때 성공적이던 틴 브랜드들이 잘 포지셔닝했다가 타깃 고객과의 터치를 잃은 것과는 달리 「브랜디멜빌」은 처음부터 고객들과 응집해서 브랜딩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AEO」, 유사한 브랜드 「돈애스크와이」 론칭도
    「브랜디멜빌」의 인기는 유사한 브랜드의 탄생을 낳았다. 「AEO」는 틴 시장에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비즈니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란제리 레인지인 「에어리(Aerie)」와 빈티지 분위기의 「테일게이트(Tailgate)」에 이어 2년 전에는 「브랜디멜빌」의 전략과 사이징을 모방한 「돈애스크와이」를 론칭했다. 「브랜디멜빌」과 유사한 디자인 미학과 원 사이즈 전략, 타깃 고객 등 성공 포뮬러를 그대로 응용하고 있다. 2015년 여름에 소호(SoHo)에 오픈한 팝업 매장을 지금도 운영 중이다.

    「돈애스크와이」는 「브랜디멜빌」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NY, LA, 밀라노) 스트리트 스타일과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얻은 분위기의 저지와 니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한 실루엣의 원 사이즈 상품을 제공한다. 이는 원래 2013년 시작한 ‘이탈리아산(Made in Italy)’ 라인을 바꾼 것으로, 이렇게 원 사이즈 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은 치열한 경쟁과 붐비는 틴 시장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브랜드명 「브랜디멜빌」은 두 개의 이름을 결합한 것이라고 한다. 브랜디는 미국 여자(girl) 이름이고 멜빌은 영국 남자(boy) 이름이며 이 둘이 로마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러브 스토리를 배경으로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원래는 「브랜디앤멜빌(Brandy & Melville)」이었으나 이를 「브랜디멜빌」로 단순화한 것이다.

    1994년 로마에서 시작, 미국 · 유럽으로 확장
    「브랜디멜빌」의 비즈니스는 약 45년 전 실비오 마르산(Silvio Marsan)이 이탈리아 브랜드들을 위한 의류를 생산하면서부터다. 그 후 1994년에 아들인 스테판 마르산(Stephan Marsan)이 로마에서 「브랜디멜빌」이라는 매장을 오픈했으며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유럽으로 확장하게 됐다.

    하지만 이 밖에는 헤드오피스가 스위스에 베이스를 둔다는 것을 빼면 「브랜디멜빌」의 기업 정보는 알려진 게 없다.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프레스에 브랜드를 소개하거나 CEO가 인터뷰하는 일도 없다. 기업 차원에서 PR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데다 심지어 종업원들이 CEO에 대해서나 브랜드 히스토리를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비밀스러울 정도로 기업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것은 「브랜디멜빌」을 상품에 집중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A&F」나 「AA」과 극적인 대조를 보여 준다. 지난 1992년 이후 「A&F」의 성공을 이룩한 마이크 제프리스나 「AA」의 창립자인 도브 차니(Dov Charney)는 모두 개성이 강하고 대외적으로 브랜드를 대표할 만큼 캐릭터가 강했다.



    전략적 선택? ‘홍보 안 해’ 베일에 가려진 회사
    하지만 결국 두 인물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고 떠들썩하던 브랜드는 부도가 나거나 아니면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브랜디멜빌」은 이러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이 「A&F」는 소위 ‘너무 나댔다’고 평가할 만큼 「브랜디멜빌」의 창립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회사나 경영자에게 몰리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상품과 브랜드 뒤에 가려진 상태로 가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광고를 하지 않는 노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디멜빌」의 미국 상륙은 브랜드가 급속히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미국 진출 후 「A&F」와 「델리아스(Delia’s)」가 차지했던 틴에이저 리테일시장의 셰어를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LA의 웨스트우드에 1호 매장을 오픈한 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현재 총 48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2009년 미국 진출 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
    2013년에는 런던을 비롯한 유럽으로 확장하면서 현재 스톡홀름, 암스테르담, 취리히,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 지역에서 4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브랜디멜빌」은 9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숍을 운영 중이다.

    사업 실적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매출이나 이익 등은 알 길이 없다. 단지 분석가들은 2015년 기준 「브랜디멜빌」의 연매출이 약 1440억원($125m) 안팎일 것으로 추정하며 매년 20~25%씩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장하는 것을 근거로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추정한다.

    다른 틴 브랜드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확장 중인 「브랜디멜빌」은 현재 가장 성공적인 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성공이 계속된다면 「브랜디멜빌」은 틴 브랜드의 새로운 성공 신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디멜빌」은 1990년와 2000년대 식의 시끄러운 광고와 마케팅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고객과 SNS로 연계하면서 포커스 그룹을 통해 고객의 참여를 반영하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 시대를 예고한다.



    틴 시장의 21세기 형 성공 패러다임 제시하다
    상품 기획, 마케팅, 브랜딩 등 모든 측면에서 「브랜디멜빌」은 새로운 기준과 아이디어를 도입했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브랜디멜빌」은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요 리테일러들이 틴에이저들의 취향을 분석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브랜디멜빌」은 원사이즈 상품과 인스타그램 전략으로 소리 없이 뉴제너레이션의 마음과 휴대폰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브랜디멜빌」은 밀레니얼(18~37세)과 Z제너레이션(17세 이하) 사이에서 컬트 브랜드로 떠올랐다. 「브랜디멜빌」의 고객 연령층은 13~25세 정도지만 실제로 「브랜디멜빌」을 구매하기 시작하는 연령은 이보다 훨씬 어려서 패션 컨셔스한 열 살짜리도 「브랜디멜빌」의 티셔츠를 입는다. 「브랜디멜빌」은 밀레니얼은 물론 가장 까다롭다는 Z제너레이션(2000년 이후 출생)까지 사로잡았다.

    가장 어린 소비자로서 구매력이 크지는 않지만 부모와 조부모의 지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쇼핑과 매장 경험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틴(Z제너레이션)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Business Insider UK)는 말을 근거로 틴을 사로잡은 「브랜디멜빌」로부터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성공 포뮬러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패션비즈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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