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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Report / Innerwear


이너웨어 디자이너 시대 열린다

Tuesday, Apr. 17, 2018 | 박한나 기자, hn@fashionbiz.co.kr

「비나제이」 「프렌치엘」 「지아나」 「인에이」…

홑겹 브라렛, 스트랩 브라, 페미닌 감성 디자인 속옷 등 기성 브랜드에서 찾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난공불락의 속옷계를 흔드는 이들이 있다!


큰 성장세를 보이는 이지웨어, 파자마 조닝과 함께 브라렛, 무봉제 심리스 등 편한 속옷이 새바람을 몰고 있다. ‘브라를 꼭 입어야 하나?’라는 논의가 활발해졌고, 편하면서도 예쁜 속옷에 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속옷 매장에서 남자 속옷을 입고 살아도 문제없느냐고 묻는 여성 소비자까지 나타나니, 편한 속옷을 찾겠다는 갈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디자이너 란제리가 있다. 디자이너 란제리 브랜드는 고가 백화점 브랜드, 가두 · 마트 중저가 브랜드 사이에서 적정한 가격대, 감성적인 디자인, 편안한 착용감으로 새로운 선택지가 됐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주로 온라인몰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컴온빈센트」 「뽕브라몰」 등 쇼핑몰 브랜드와 같지만, 소비자들의 감성을 채워 주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화보, 상품의 퀄리티와 독창성에 더욱 신경을 쓴다.

매출은 최대 30억, 영향력은 방대해

또 가격대가 저렴한 쇼핑몰 브랜드가 주로 중국 사입인 것에 반해 디자이너 란제리는 국내 자체 생산으로 좀 더 믿고 입을 수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 론칭 후 3년 이상 생존한 개인 브랜드이면서 감도 있고 독창적인 「비나제이」 「프렌치엘」 「지아나」 「인에이」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 커스터마이즈에 초점을 맞춘 「란제리한」 「사라스핏」 등도 있다.

정지영 디자이너의 「비나제이」는 젊은 디자이너가 만드는 대표적인 국내 이너웨어 브랜드다. 브랜드 태그를 떼면 서로 구분할 수 없는 기성 브랜드 사이에서,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승부를 봤다. 지난 2012년 론칭 당시에는 브래지어의 어깨 끈은 겉옷 위로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게 당연했던 분위기였는데, 「비나제이」는 패션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스트랩 브라로 선입견을 깨고 히트를 쳤다.

유종필 비나제이 이사(COO)는 “처음에는 스트랩 브라의 디자인과 콘셉트는 신선하지만 직접 입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SNS상의 일반인 착용 컷이나 주변인들이 입은 것을 보고 ‘생각보다 야하지 않고 귀엽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시도해 보는 이들이 늘었다. 지금은 「비나제이」가 국내 처음 제안했던 스트랩 브라가 하나의 속옷 장르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나제이」 스트랩 브라 시장 선도

올해부터 「비나제이」는 스트랩 브라 처럼 개성있는 상품라인과 동시에, 베이직 상품 라인을 신설해 운영한다. 매달 다양한 언더웨어 룩을 제안할 수 있도록 디자인, 기획 시스템을 바꿨다. 특히 올해 서울 도봉구에 자체 공장을 설립해, 유니크한 수영복, 언더웨어 기반 룩을 빠르게 생산 · 선보일 계획이다. 작년 연매출 10억대에서 올해 30억원으로 점프하는 것이 목표다.  

한편 자사몰 내에 피팅퀴즈를 업그레이드한 ‘스타일퀴즈’를 새롭게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피팅퀴즈는 온라인으로 속옷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상품을 직접 보지 않고도 본인에게 맞는 사이즈, 모양, 디자인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한 문답 서비스다. 업그레이드 된 스타일퀴즈는 MIT가 구축한 AI 시스템 ‘컨셉넷(ConceptNet)’을 활용하고 감성분석기술을 고도화시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4년 차 국내 브랜드 「프렌치엘」은 좋은사람들(대표 조민)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하고 디자인을 총괄했던 서미정 디자이너 겸 대표가 이끌고 있다. 「프렌치엘」은 프렌치 감성을 담은 디자인뿐 아니라 프랑스인들의 삶 자체를 담는다는 의미다. 남에게 자주 보이지 않는 실내 공간도 멋스럽게 정리하고 격조 있는 일상을 지향하는 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멋스러우면서 편안함을 지향한다.

「프렌치엘」 신세계 ‘엘라코닉’서 매출 청신호

신세계백화점이 작년 하반기 독특한 이너웨어를 60개 이상 모은 편집숍 ‘엘라코닉’에서 「프렌치엘」은 신세계 자체 브랜드 「언컷」을 제외하면 국내 브랜드 최상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향후 「프렌치엘」은 화학물질을 최소화하고 아토피 등 피부 고민이 있는 사람도 입기 좋게 만든 천연 염색 브라, 파자마 브랜드도 만들 계획이다.

서미정 「프렌치엘」 디자이너 겸 대표는 “아직 브라렛이나 편안한 속옷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트렌드에 빠른 소비자부터 서서히 그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 일본도 파자마시장이 굉장히 잘되고 있고 일본 와코루가 ‘수면과학’이라는 슬로건으로 잠이 빨리 오고 숙면할 수 있는 파자마로 어필하고 있는데, 우리도 결국 속옷만큼은 내 몸에 맞는 편안함과 내 휴식,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지연 디자이너가 이끄는 「지아나」는 ‘페미닌 시크’ 무드를 담았다. 그녀는 메이저 이너웨어기업에서 15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기본적으로 좋은 소재를 썼다며 자신의 브랜드에는 더 애착이 있으니 좋은 소재를 고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대다수 상품에 수입 레이스를 사용하고 양질의 어깨 끈, 소재를 쓰려고 한다.

브라렛이나 젊은 감성의 패션 이너웨어처럼 밴드가 있는 캐주얼 상품도 갖추고 있다. 시즌에 맞춰 출시하는 수영복, 파자마도 반응이 좋다. 민지선 신세계 ‘엘라코닉’ 담당 바이어는 “상품이 전체적으로 디자이너 감성이 들어가면서도 커머셜한 감각까지 갖춰, 디자이너 브랜드지만 마니아적인 것보다는 대중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아나」 수입 레이스, 정제된 퀄리티로 신뢰↑

또 「지아나」는 커스터마이징이 되는 속옷 브랜드라는 특성을 살려 원데이 속옷 제작 클래스도 열고 있다. 1대1 혹은 소수로 모여 자신의 소망이 담긴 속옷 스타일을 보여 준 뒤 소재, 레이스, 컵 모양, 패드, 둘레 등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정하고 전 디자이너와 함께 만드는 수업이다. 수업에서 쓰이는 레이스와 자재 역시 자신만의 예쁘고 좋은 속옷을 만들어 보겠다는 소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좋은 것으로 쓴다고 한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옷과 달리 고르는 법, 입는 법, 관리 법, 버리고 사는 주기 등 까다로운 속옷에 관해 궁금했던 점을 속 시원하게 푼다. 그러다 보니 일본 소비자가 통역인을 대동하고 오기도 한다고. 투자 대비 큰 수익이 나는 일은 아니지만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수강생들에게도 소비뿐 아니라 직접 고르고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는 측면에서 계속할 생각이다.

와이어, 패드, 레이스가 없는 심플하고 가벼운 브라렛 전문 브랜드 「인에이」도 독특한 브랜드 중 하나다. 최근 브라렛 붐이 불면서 레이스 가득한 여성스러운 브라렛이 많이 나오는 것과 달리, 무려 7년 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든 「인에이」는 가볍고 깨끗한 디자인에 「인에이」 특유의 감성적인 색감, 세련된 색채의 조합이 특징이다.

「인에이」 7년 전부터 가벼운 브라렛으로 승부

이 브랜드는 김 현 디자이너가 이끌고 있는데, 신선하고 산뜻한 브랜드 이미지와 닮은 젊은 대표다. 대학 때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며 패션 디자인을 곁가지로 공부하기는 했지만 패션기업에서의 경력이 있지는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수입 브랜드 직구 말고,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쁘고 편한 속옷이 있으면 나는 바로 살 텐데. 볼륨보다는 가벼운 게 좋은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앞서나갔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한 부분도 있지만 고생도 많았다고. 브라렛은 물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내 몸 긍정주의’나 몸을 압박하지 않는 속옷에 대한 욕구가 표면으로 터져 나오지 않은 때였기 때문이다. 이제 「인에이」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무드가 오고 있으니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편안한 속옷 찾기의 끝은 커스터마이징이다. 요즘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입소문을 통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맞춤 속옷 브랜드다. 맞춤 속옷은 일반적인 속옷 브랜드와 달리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는 없지만 꼭 한번 사 보고 싶은 속옷인 것이다.



「란제리한」 「사라스핏」 등 맞춤 브랜드도 늘어

한선미 디자이너 겸 대표가 이끌고 있는 「란제리한」은 클래식의 정수 같은 맞춤 속옷을 제작하는 브랜드다. 웨딩 브라가 가장 대표적이고, 대부분 하얗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코르셋 브라가 많다. 영화 ‘아가씨’ 등 그 시대를 재현하기 위한 소품 제작 주문을 받을 정도로 예술작품 같은 느낌의 상품이다.

주문 제작이기 때문에 단가가 30만원에 달하지만 특별한 날을 위해 준비하거나 기성 브라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사라스핏」은 속옷 커스터마이징을 좀 더 자세하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브랜드다. IT기업 경력이 있는 김민경 디자이너 겸 대표는 개개인의 가슴 사이즈를 굉장히 정교하게 측정해 분석하고 맞는 속옷을 제작 혹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귀여운 부스에서 상담이 진행되는데, 가격대가 맞춤 브라 단품이 10만원 미만이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다. 「사라스핏」은 향후 온라인에서도 자신의 가슴 치수를 직접 재입력하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속옷을 결과물로 내놓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어려운 시장 속 이들의 도전을 응원하는 이유

이런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일최고 150만원, 연매출은 최고 30억원으로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들의 도전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번져 나가고 있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딱 맞는 디자인, 핏의 속옷을 찾는 열풍은 나비효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 디자이너로서는 어려운 상품을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는 해낼 수 있다. 커머셜한 상품으로 적중률을 높여야 하다 보니 디자이너 감성을 다 살리지 못하고 작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해야 하는 기업 디자이너로서의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한 디자이너 브랜드 업체의 임원은 “잘 안 팔릴 것 같은 상품이라도 진행할 때가 종종 있다. 디자이너가 하고 싶어 하니까. 디자이너의 감성을 억누르면 브랜드가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디자이너 브랜드에 합류한 뒤로, 노련한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들만이 저지를 수 있고 담을 수 있는 데 그점이 극대화 되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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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비즈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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