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콘텐츠 '편집 biz' 개막

    hyo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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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2.12조회수 1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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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이즈저니’ ‘트래블메이트’ ‘라움보야지’

    최근 ‘욜로(YOLO)’ 트렌드의 강타로 트래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다. 저성장 기조와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욜로족은 여행에 지출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덩달아 패션마켓에서도 ‘트래블’을 테마로 하는 상품, 한자리에서 여행 준비를 끝낼 수 있는 원스톱 쇼핑 플레이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 편집숍이 향후 유통의 캐시카우가 될 것임을 가장 빨리 알아챈 것은 MD력을 갖춘 대형 유통사였다. 롯데백화점은 일찍이 2015년부터 ‘엘트래블’을 론칭해 현재 4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도 여행사 모두투어와 손잡고 판교점에 ‘트래블갤러리’로 백화점 내 새로운 MD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PB 매장이나 독점 MD를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와 협업해 여행 콘텐츠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욜로족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초기 백화점에서 내놓은 모델이 내부의 상품 구성력을 기반으로 한 자체 브랜드 형태였다면 2~3년여가 흐른 현재는 전문 기업과 콜래보레이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트래블 숍, 백화점 자체 MD → 전문업체와 협업

    이는 여행 인구가 급증한 것에 비해 트래블마켓의 규모는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과 백화점의 집객력 자체가 흔들리는 현 상황에서 여행 콘텐츠에만 공을 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행자의 감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고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전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콘텐츠 강화와 리스트 분담이라는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9월 론칭한 ‘라이프이즈저니스토어’다. 쌤소나이트코리아(대표 서부석)와 롯데백화점이 파트너십을 맺고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에 약 500㎡(150평) 규모로 조성된 이 매장은 현재 트래블 숍의 진화 단계를 가장 잘 보여 준다. 여행 상품뿐 아니라 모바일과 IT로 구현된 여행 관련 서비스, 여행사, 카페로 꽉 차 있는 이곳은 여행자의 일과를 시간대별로 쪼개 스케줄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한다.

    최장 10일에 달하는 역대급 황금연휴를 앞두고 작년 9월에 팡파르를 터뜨렸는데 기획부터 오픈까지 총 6개월 만에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서부석 쌤소나이트코리아 대표는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해 백화점 측과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흘러 지나가듯 나온 주제가 현실화하기까지 딱 6개월이 걸렸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지만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담기 위해 즉시 실행에 옮기고 차츰 보완해 가는 쪽을 택했다”고 부연했다.

    하우스오브쌤소나이트 ‘라이프이즈저니’로 진화

    라이프이즈저니스토어 1호점이 위치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의 슈즈 조닝은 오픈 당일 평소보다 트래픽이 200% 이상 늘었을 정도로 이 매장을 향한 소비자와 업계의 기대감을 알 수 있다. 서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표는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오프라인으로 되돌리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쌤소나이트코리아가 자사의 10개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리테일 형태의 ‘하우스오브쌤소나이트(HOS)’에 여행지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미해 큰 테마를 잡았다. 전체 MD 중 여행가방 비중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서 대표는 “쌤소나이트그룹이 여행가방 전문 기업으로만 인식이 고착돼 간다는 것이 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매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쌤소나이트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각인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쌤소나이트」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수시로 MD를 업데이트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니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추가로 입점시켜 유니크한 디자인의 상품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굿즈 존으로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칫솔 전문 브랜드, 친환경 커피메이커, 남성용 그루밍 아이템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상품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캐리어는 30% 미만, IT · 뷰티가 효자 상품

    판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아이템은 뷰티 상품이다. 객단가가 낮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들의 국내 코스메틱 브랜드 구매가 주를 이룬다. 여행 상품만이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갖춘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매장 내에 여행사 상담 코너도 있다. 롯데JTB가 입점해 세계 50여개국 여행 상품에 대한 안내와 상담을 진행한다.

    별도의 예약 신청 없이 매장 운영 시간 중 방문하면 된다. 대면 상담이 부담스러울 땐 ‘트래블 플래너 키오스크’를 찾으면 된다. SK텔레콤의 스마트 사이니지(Smart Signage)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스크린에 영상과 정보를 표시하고 네트워크로 원격 관리하는 융합 플랫폼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키오스크에 여행 인원이나 기간, 목적, 예산 등의 조건을 입력하면 여행 빅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여행지를 추천해 주고 해당 여행지의 날씨, 맛집 리스트, 관광 명소, 액티비티 등 관련 정보를 알려 준다.

    트래블메이트(대표 김문일)가 전개하는 ‘트래블메이트’는 2001년부터 온라인에서 여행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2008년 오프라인에 정식 매장을 연 국내 최초의 여행용품 전문 편집숍이다. 캐리어, 백팩, 파우치와 같은 여행용 가방은 물론 멀티 어댑터, 목베개, 안대 등 여행과 비행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트래블메이트 & 「루이까또즈」 한솥밥, 시너지 ↑

    이 회사는 작년 3월 「루이까또즈」, ‘루이스클럽’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 플랫폼 엘’ 등을 전개하는 패션 & 컬처 전문 기업 태진인터내셔날(대표 전용준)의 계열사로 편입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새로운 지붕 아래서 적응기를 거친 트래블메이트는 10월부터 김문일 대표의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해 볼륨 확대에 속도를 낸다.

    김문일 대표는 「에스콰이아」 「루이까또즈」 등 메이저 브랜드를 거친 패션잡화업계에서 뼈가 굵은 영업 출신이다. 직전에는 태진인터내셔날에서 「루이까또즈」의 아울렛 부문 영업 기획을 담당했으며 지난해 트래블메이트 인수와 함께 오프라인 부문 영업이사로 부임한 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김 대표는 사장실에서 나와 파티션으로만 둘러싸인 공간에 자리를 마련했다. 권위주의를 탈피해 직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가 마중물이 돼 1월 오픈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374㎡(약 113평) 규모 매장의 사업권을 따냈다. 이 매장은 공항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국내 최대 규모로 들어서는 여행 전문 숍이라는 점에서 공개 입찰 모집 단계에서부터 여러 업체가 눈독을 들였다. 더욱이 3층 출국장 중앙부에 위치해 입지적 조건까지 갖췄다.

    인천공항 T2에 113평 규모 스토어 오픈 ‘기대’

    총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트래블메이트는 여행용 러기지뿐 아니라 여행 관련 소품류와 남성 잡화, 리조트웨어, 패션 액세서리까지 원 스톱으로 쇼핑이 가능하다는 콘셉트와 이미 제1여객터미널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높이 평가받아 낙찰자로 선정됐다. 넓은 면적을 채울 신규 MD를 개발해 기존 매장과 차별화해 「루이까또즈」의 남성 레더굿즈류와 전국에서 소싱한 기념품까지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몄다.

    김 대표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30㎡(약 10평) 남짓의 매장에서만 월 1억7000만원가량의 매출이 나고 있다. 러기지(luggage) 상품뿐 아니라 객단가가 낮은 목베개, 안대, 슬리퍼 등 기내 편의용품의 판매가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여행객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만의 노하우”라고 힘줘 말했다.

    트래블메이트는 2015년부터 캐리어로 시작해 최대 강점인 소품류까지 PB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나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트래블팩, 파우치, 러기지백 등은 철저하게 여행자의 입장에서 제안해 인기가 높다. 여행 소품류의 카테고리에서만큼은 독보적 상품기획력을 갖춘 만큼 전체 매출 비중의 50%가량이 여기서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라면, 고추장 등 여행을 떠나면 찾게 되는 인스턴트 식품까지 갖춰 재미 요소를 더한다.



    여행자 친화적 소품류로 독보적 경쟁력 갖춰

    매출은 온라인 60%, 오프라인 40%이며 온라인 매출의 대다수가 직영 몰에서 발생한다.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성비로 인정받는 만큼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로 어필한다. 지난해까지 매년 20%가량 고속 성장을 하며 볼륨을 200억원대로 키웠고 패션잡화시장의 불황에도 작년 6%대 매출 성장과 10%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아직까지 오프라인 스토어가 14개뿐이라는 점과 온라인 종합 몰의 비중이 작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할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7개 백화점 점포에 입점해 있으며, 신논현역 직영점과 공항청사, 쇼핑몰과 시티형 아울렛까지 다양한 유통채널에 진출한 트래블메이트는 잘 짜인 콘셉트의 트래블 전문 숍을 보여 주기 위한 매장 확충도 준비 중이다.

    또 현재 운영하는 온라인 몰은 리뉴얼 작업에 들어가 오는 5월 완전히 새로운 사이트로 재탄생시킨다. 새 단장을 하는 직영 몰은 오픈몰로 전향시켜 콘셉트를 같이하는 타 브랜드까지 유입,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카테고리와 아이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F 장르별 편집 biz 강화, 트래블 콘텐츠 주력

    LF(대표 오규식)는 맨, 라이프스타일, 액세서리, 트래블 등 다양한 영역의 편집 비즈니스를 키우며 트래블 콘셉트의 ‘라움보야지’를 액세서리사업부로 이관했다. LF의 신규 사업인 트래블 콘셉트의 ‘라움보야지’도 주목할 만한 영역이다. 트래블백 중심의 편집숍으로 현재 백화점 2개점이 있다. 에디션과 복합이었는데 에디션은 신발 위주로, 보야지는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수입 트래블백과 편집(5 : 5)으로 구성한다. 잡화 조닝에서 고민이 많았고 여행도구에 대한 니즈가 많다 보니 백화점 프레젠테이션 반응도 좋았다.

    트래블 쪽에도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패션적 안목으로 편집하는 구성이 필요하다. 「닷드랍」 「오콘」 등 트래블백 외에 우비, 슈즈, 파우치, 소품, 여행 관련 스티커, 간단한 의류 등으로 구성한 라이프스타일 숍으로 ‘필더저니’를 모토로 한다. 향후 제품 개발도 계획 중이다.

    조보영 액세서리사업부 상무는 “‘라움보야지’를 액세서리사업부로 편입시킨 것은 내부의 트래블 소품을 더욱 개발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라며 “여행이 소비자의 일상으로 파고들면서 트래블용품도 더 이상 여행용품점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 트래블 라이프로도 호환이 가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mini interview

    서부석 쌤소나이트코리아 대표


    “라이프이즈저니스토어는 「쌤소나이트」 정체성 담은 플랫폼”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것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을 앉은 자리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이다. 여기에 착안해 여행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한자리에서 쇼핑하는 데 이어 더 나아가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트래블 전문 스토어를 기획했다.

    온라인 몰처럼 여행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해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이끄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을 기대한다. 새로운 개념의 라이프이즈저니스토어를 이번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긴 했지만 해외에서 겪고 있는 유통의 변화도 국내와 다르지 않다. 캐리어를 넘어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쌤소나이트」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려면 항상 리테일 모델의 진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과거 「쌤소나이트레드」 라인업을 국내에서 개발해 홍콩 · 중국 등 아시아에 안착시켰던 만큼 이번 리테일 모델 역시 글로벌에서의 관심이 크다.”


    김문일 트래블메이트 대표

    “여행자 마음 읽는 세심한 상품기획이 메인 테마”



    “미주나 유럽 등 서구권만 해도 EVA 소재의 소프트 캐리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유독 하드 케이스 캐리어를 선호한다. 또 일본 브랜드의 캐리어는 잠금 장치가 열쇠형인 경우가 많은데 국내 소비자들은 비밀번호형 잠금 장치를 더 좋아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우리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성공의 키다. 특히 우리가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지고 있는 여행 소품류는 여행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트래블메이트만의 강점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트래블 팩만 해도 양말용, 아우터용, 세면도구용, 론드리백 등 여행지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맞게 준비한다. 브랜드력과 상품 소싱력을 갖춘 대형 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만의 경쟁력 있는 아이템에 집중할 것이다. 결국 여행지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 필요한 상품을 얼마나 잘 제안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트래블메이트의 세심함을 무기로 2020년까지 두 배 성장의 비전을 그리고 있다.”





    **패션비즈 2018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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