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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Report / Insight


韓 패션 · 유통 선순환 해법은?④ 리오더↓ 스폿↑ “달라야 산다”

Friday, Dec. 1, 2017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글로벌 SPA 「자라」를 전개하는 인디텍스는 디지털 시대 가장 큰 패션 수혜자다. ‘속도’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한 디지털 시대에 이 회사는 패션업의 핵심으로 내세운 ‘패스트패션(Fast Fashion)’ 개념을 상품 공급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로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주 2회 상품 공급과 2주 단위 재고자산회전 개념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현한 곳은 전 세계 패션기업 중 인디텍스가 유일하다.



그래서일까? 전 세계적으로 속도의 경쟁력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다수 패션기업이 부진과 도산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인디텍스는 나 홀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올린 매출 실적은 233억1100만유로(약 31조6100억원)로 ‘30조원 패션 클럽’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올해 발표된 상반기 실적도 116억7100만유로(약 15조826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상승세를 이어 갔다. 수십 조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매출임에도 여전히 두 자릿수 신장세를 이어 간 셈이다. 이 실적 중 인디텍스의 핵심 브랜드인 「자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66%로 연매출 20조원 규모를 자랑한다.

디지털 시대 최대 수혜자 「자라」 속도전 ‘甲’

패션 단일 브랜드로서는 단연 톱이다. 매출 규모도 규모지만 「자라」가 더욱 경이로운 점은 거대한 패션 공룡임에도 끊임없이 변화를 이끌면서 브랜드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라」는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리오더’ 방식이 아닌 끊임없는 ‘스폿’ 기획으로 브랜드의 선도를 유지한다. 동일한 상품을 계속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일 디자인이라면 소재를, 동일 소재라면 디자인 변형을 통해 계속 신상품을 내놓는다.

1년에 만드는 샘플만 1만8000종류에 가깝다. ‘베이비붐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 등 세대를 불문하고 ‘남들과 다른 나’를 추구하는 소비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은 것이다. 바로 「자라」가 세계 최고의 패션 브랜드로 우뚝 올라선 비결이다.

1년 전 판매 데이터 무용지물 ‘섬싱 디퍼런트’

그렇다면 국내 패션 브랜드의 현실은 어떠할까? 이번 F/W시즌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한국 패션의 문제점이 또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트렌드로 ‘체크’가 뜨자 모든 여성복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체크’ 아이템을 내놓은 것. ‘체크 바지’ ‘체크 코트’ ‘체크 재킷’ ‘체크 스커트’…. ‘체크’에 사용된 패턴과 컬러의 조합도 유사하다. ‘똑같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뿐만 아니라 경쟁적으로 매장 전면에 디스플레이하면서 브랜드 라벨만 없다면 어느 브랜드인지 구별할 수 없는 촌극이 재현됐다. 가을 초반만 해도 브랜드별로 일부 아이템이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미끼 상품이 됐지만 겨울 판매 시즌으로 넘어가면서 매장들이 온통 ‘체크투성이’로 바뀌었다. 경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트렌드가 바뀌면서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는 여성복시장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패션은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는 비즈니스 영역이지만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는 자정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다가온 트렌드를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콘셉트에 맞춰 재해석해 내놓아야 하는 거죠. 급변하는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기획 물량을 줄이고 스폿 물량을 늘리는 것은 패션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어요. 단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자기 브랜드의 색깔에 맞게 내놓아야 합니다. 지금은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고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강조했다.

패션 아울렛 도심 진출, 유사 디자인 넘쳐나

스페셜조인트그룹(대표 이주영)의 토털 브랜드 「캉골」은 2014년부터 봄 간절기 상품으로 내놓은 ‘에코백’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남녀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13만장, 올해 14만장을 팔았다. 「캉골」의 에코백이 베스트셀러 아이템이 된 비결은 바로 ‘완급 조절’이다. 이 회사는 S/S시즌 판매가 끝나면 ‘에코백’을 모두 거둬들이고 온라인에서만 판다.

이주영 사장은 “아무리 인기가 있다 할지라도 ‘에코백’ 판매에 의존하면 「캉골」의 아이덴티티가 자칫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패션은 어느 정도 희소성이 있어야만 재구매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입고 들고 다니는 패션은 오히려 재미없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지금은 1년 전 판매 데이터도 무용지물이다. 예전에는 판매 실적에 근거해 인기 디자인을 일부 변형해 이듬해 내놓으면 잘 팔렸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다. 지난해의 인기 디자인을 올해도 내놓으면 오히려 악성 재고로 쌓일 뿐이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야 하고, 완전히 새로워야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다. 과거에는 동일 상품을 찍어 내는 리오더를 잘하는 브랜드가 실력 있다고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계속 내놓는 브랜드가 최고로 손꼽힌다.

시즌 상품이 전년도 디자인과 ‘확’ 달라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아울렛의 도심 진출이다. ‘마리오’ ‘W몰’ 등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아울렛의 도심권 진출은 롯데아울렛 서울역사점,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 동대문점, 문정동점 등 빅3 유통으로 이어졌다.

1년 전 데이터 무용지물, 사업가 정신 절실

이들 아울렛의 도심권 진출은 정상상품의 기획 판도를 바꿔 놓기에 이르렀다. 백화점 매장 버금가는 유명 브랜드의 매장 환경에서 40~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월재고를 살 수 있는 루트가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얇아졌고, 아울렛을 찾는 고객들의 발길은 더욱 늘어났다.

그렇다면 경기에 구애받지 않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고객들은 무엇을 원할까? 전년도 디자인과는 확실하게 다른 ‘신상’을 원하고 있다. 결국 상품기획자들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전년도 디자인과 완전히 다른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갈수록 패션시장이 까다롭고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안목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해석하면 실력과 능력을 갖춘 브랜드에는 지금이 큰 기회입니다. 경쟁력을 잃은 곳은 하루속히 정리하고, 하면 된다는 도전가 정신, 사업가 정신으로 나아간다면 한국 패션시장이 선순환 구조로 나아가는 데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김진면 휠라코리아 사장, 이선효 네파 사장, 김성민 제이엔지코리아 사장 등 국내 패션계 리더들의 한결같은 이구동성이다.   

**패션비즈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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